일상

한국자활복지개발원 자활 수기 심의

달빛사랑 2021. 12. 19. 00:10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맞아 우리의 삶은 근본부터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누리던 사소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고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도 거리를 두거나 유보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2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이제 우리는 시련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낙관을 바탕으로 희망을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때에 절망과 슬픔을 희망과 기쁨으로 전화시킨 삶의 작은 승리자들의 절절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뜻깊습니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도 또 한 편으로 기뻤던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언어로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바로 주변의 모든 것과 대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기록과 대화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위로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기 공모는 여느 글쓰기와는 다르게 각자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어쩔 수 없이 복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신산함을 의지와 낙관으로 극복해 낸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만, 잊고 싶은 순간을 다시 호명하는 일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래서 더욱 공모의 취지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2021 자활사업 성공 및 공로 수기 공모전’은 단순히 미문(美文)을 가려내기 위한 글쓰기 대회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 속에서 상처받은 모든 이가 자신을 성찰하고 치유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소통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모에 참여한 모든 분은 세상과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고, 소통하고 위로를 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신 것이겠지요.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만 공모의 특성상 모두를 당선작으로 선정할 수는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기본적인 심사의 기준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고통의 이력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머무르거나, 기관과 단체에서의 활동들을 열거해 놓을 뿐 자신의 정서가 진솔하게 배어 있지 않은 작품들, 같은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글 등은, 글쓴이들의 힘겨웠던 실제의 삶과는 무관하게 높은 점수를 드리지 못했음을 말씀드립니다. 비록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의 호응 오류가 자주 발견되었더라도 절망과 슬픔을 희망과 기쁨으로 바꿔내기 위한 치열했던 과정을 진솔하게 기술하거나 자활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얻게 된 경험과 교훈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글들에 높은 점수를 주었음을 밝혀 드립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수고해주신 한국자활복지개발원 행사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귀 단체의 이러한 공모사업들은 우리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유력한 동력이자 밝은 등불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거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12월 19일

심사위원 문계봉(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