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근대문학관 탐정전 | 갈매기

달빛사랑 2021. 11. 5. 00:35

이를테면, 나는 아침에 근대문학관에서 진행하는 '탐정 전'을 구경했고, 그곳에서 시 쓰는 윤식이 형, 소설가 이원규 선배, 후배 시인 이설야, 손병걸, 소설가 후배 양진채 등등을 만났는데, 너무 반가웠고, 반가워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고,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미안했다. 오랜만에 만난 병걸이는 나와 밥을 먹거나 술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싶어했으나 나는 이미 차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셨고, 밥 먹을 시간은 아니었으며 더더욱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그는 조건과 상관없이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그는 나보다 더 외로운 것 같았다. 아니, 객관적으로 나보다 더욱 외로울 게 분명한 후배였다. 나는 병걸이와 길에서 밥을 지어 먹을까를 생각했는데, 나를 모르거나 눈 앞의 행동을 모르는 이들은 쓸데없이 궁시렁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헤어졌다. 그건 너무 야속한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장애인 콜을 불러 병걸이를 보냈다. 착한 병걸이는 순순히 차에 올랐다. 미련이 차 바퀴에 찐득하게 늘어 붙어 있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다. '조건과 상황'은 병걸이에게도 나에게도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받을 사랑을 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한낱 목적도 없이, 혹은 기계적으로 얼굴을 바꾸는 그런 사람, 혹은 그런 존재를 만나는 일은 불행하고 곤혹스러운 일이다. 일상에서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운명같긴 하지만 운명이라고 말히기는 죽기보다 싫은..... 그런데 나의 이 갈피 없는 삶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내가 읽는 소설 속, 인물을 빗댄다면, 다시 복제된 던컨 아이다호와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