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견지망월(見指忘月)
달빛사랑
2021. 10. 25. 00:18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당연히 달을 보아야 한다, 만일 달을 보다가 눈을 돌려 다시 손가락을 바라보며 이를 달이라 여긴다면, 이 사람은 어찌 오직 둥근달만을 모르는 것이겠는가. (그는) 또한 그 손가락도 모르는 것이니라.”―능엄경(楞嚴經) 중에서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 가리켰더니 보라는 달은 안(못)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인 ‘견지망월(見指忘月)’이 유래한 능엄경의 한 구절입니다. 여기서 달은 본질, 손가락은 형식이나 지엽적인 것을 말합니다. 진리는 저 하늘의 달과 같고, 말과 글과 형식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는 의미겠지요. 후에 많은 고승 대덕도 이 말을 인용하여, 숨은 본질은 놓치고 드러난 형식에만 집중하는 본말전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말들이 부딪쳐 정치도 현실도 숨 가쁜 요즘입니다.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문득 ‘견지망월’, 이 네 글자의 의미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봅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겨울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하여 오늘의 신산을 기꺼이 겪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