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 내린 일요일

가을장마인가. 이번 주는 비가 잦았다. 일요일인 오늘도 종일 비 내렸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창밖에는 비가 제법 비답게 내리고 있다. 엄마 방 창문을 여러 번 열고 닫아야 했다. 벽면에 창문이 있는 엄마 방은 비가 세게 내리면 빗물이 방안으로 들이친다. 창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소리에 민감한 어린이집 2층 테라스에 묶여 있던 반려견이 맹렬하게 짖어댔다. ‘저 견종이 뭐였더라. 온 몸에 점이 있는 점박이 개였던 거 같은데.....’ 생각하며 몇 번은 ‘츶츳’ 하며 개를 불러봤는데, 그럴수록 개는 더욱 심하게 짖어댔다. 안에서 어린이집 원장이 “조용히 해” 하고 소리쳤다. 민망해진 나는 얼른 문을 닫거나 방을 빠져나왔다. ‘주택가의 개들은 아파트의 개들보다 나을 게 없다. 묶이거나 갇히거나 길들여지거나 다를 게 뭐람. 연휴라서 내일보 출근하지 않는다. 연휴가 끝나면 바쁜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써야 할 원고도 서너 개가 있고 가야 할 심사도 하나가 있다. 그때까지 허리가 회복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훨씬 상태가 좋아졌다. 다행이다. 아프고 비 내리니 잠만 왔다. 낮잠을 두 차례나 잤다. 의자에 앉으면 허리가 뻐근하니, 누워있을 수밖에. 그래도 식욕이 떨어지질 않는 건 희한하다. 두 끼에 걸쳐 라면을 세 개나 먹었다. 짜고 매운 맛에 길들여져 끊을 수가 없다. 건강에는 치명적이라는 걸 알지만 먹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으니 원. 엄마도 말년에 입맛이 없다시며 자주 라면을 드셨다. 곡기에 대한 욕구가 사라질 때 자극적인 맛이 당기는 모양이다. 나는 밥이든 라면이든 과일 빼고는 다 잘 먹는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일요일은 시간이 가기도 잘도 간다. 그렇고 그런 일요일이었지만, 그래도 늦은 밤에 비 내려 적어도 내게는 분위기 있는 가을밤이 되었다. 월요일부터는 내내 맑은 예정이라는데, 가을은 그만큼 깊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