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달빛사랑 2021. 9. 30. 00:31

 

어제는 확실히 술 마시기 최적의 날이었다. 종일 비가 왔고, 그동안 술을 삼가왔던 박 보좌관이 열흘 전부터 모임을 준비했으며, 참석자 모두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노동특보 보운 형만 위장의 선종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아서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정확히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술값과 안주를 기준으로 타산하면, 8만 원짜리 민어회와 민어탕을 포함, 술값이 14만8천 원이 나왔으니 어림잡아 4명이 4천 원짜리 연꽃 막걸리 18병을 마신 셈이다. 1사람당 4병 이상을 마신 것이다. 확실히 음주량은 날씨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유동적인 모양이다. 그렇게 마셨는데도 크게 취기를 느끼지 않고 귀가한 걸 보면 최근 다시 주량이 는 것 같다.

 

사실 나에게도 어제는 피곤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처리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청에 들어올 때만 해도 고정적인 수입이 생겨 나의 창작 분위기가 좋아지리라 생각했다. 심리적 안정감은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런 점에서 계약직이긴 하지만, 청에서의 생활은 여러모로 나에게 힘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업무량과 책임질 일이 많아지면서, 고즈넉이 창작에 집중하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가끔 나의 가수 오혁재가 “형은 공무원이에요, 시인이에요?”라고 아프게 물어오는 이유도 업무에 치여 작품 창작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걸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 다만 얻고 잃는 것에도 우선순위는 있어야 한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낯선 일에 익숙해졌을 경우, 판단은 쉽지 않다. 종일 잘 쉬었다.

 

저녁에는 다인아트 윤 대표가 부탁한 부평지역 시민들의 생활글 모음집 교정을 봤다. 아이패드가 있어 pdf 파일을 직접 편집할 수 있어 교정하기 편했다. 역시 장비가 좋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수고로움도 덜하다. 이래서 태블릿이 있으면 생활이 달라진다고 말들 하는 모양이다. 이전 학원을 운영할 때도 나는 작업(교재 집필, 교안 작성 등)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다. 당시 14인치 노트북이 엘이아이비엠에서 처음 출시되었을 때, 가격이 400여만 원이었다. 국민 소형차인 대우 티코 가격과 맘먹는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나는 과감하게 노트북을 구입했고, 복사기도 양면복사와 자동 분류가 되는 신도리코 제품과 캐논복사기를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그로 인해 작업 시간 단축은 물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구입을 후회하지 않았다. 선무당이 장구탓을 한다고 하지만, 장구소리가 좋아야 굿판에도 신명이 나는 법이다. 아무튼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태블릿의 효용을 한껏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