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딪쳐 봐야 싫든 좋든 결정나는 법

달빛사랑 2021. 9. 3. 00:24

 

이번 달 24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었다. 원래는 9월 10일, 모더나 백신으로 예약되어 있었는데, 모더나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겼는지 갑자기 백신도 화이자로 바뀌고 예약일도 2주가 늦춰진 24일로 변경됐다. 화이자 백신은 1~2차 접종 간격이 3주일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항체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나는 6주를 기다리게 된 셈이다. 이미 1, 2차 접종을 모두 끝내고 득의양양한 얼굴로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그 녀석들이 어찌나 부러운지, 반사적으로 늦춰진 일정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쩌랴. 백신이 없어 못 놓아준다는데……. 그나마 백신접종과 치료를 모두 공짜로 해주니 고맙기는 하다.

 

아무튼 나도 빨리 접종을 끝내고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2차 접종을 잔여 백신으로 맞아도 되는지 이곳저곳 알아봤다. 사람들 말은 모두 다 제각각이었다. 결국 늘 다니는 병원에 연락해 물어봤더니 2차 접종은 잔여 백신으로는 맞을 수 없고, 예약 일정만 일주일 정도로 앞당겨 줄 수 있다고 했다. 오호라! 일주일이 어딘가. 나는 당장 예약을 변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다시 잡힌 예약일은 꼭 1주일 앞당겨진 9월 17일 10시. 10월부터는 나도 접종 완료자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는 데 부담이 조금은 덜할 듯싶다.

 

이번에 예약 일정을 변경하면서 느낀 점은, 뭐든지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이루어지는 게 없다는 것이다. 부딪쳐 봐야 싫든 좋든 결정이 난다. 조바심만 내고 있으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불편한 진실도 마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불편한 것들에 대해 부딪치기보다는 눈을 감거나 회피해 왔다. ‘차라리 내가 더 불편하고 말지’하는 생각으로 그리 했던 것이다. 사실 지금도 거절해야 할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부탁하거나 부딪쳐 봐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서너 개 있다. 이것들도 조만간 하나하나 끝장을 볼 생각이다. ‘아니면 말고’ 하는 생각이 가끔 무책임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나 같은 결정 장애인들에게는 그런 뻔뻔한 배포가 가끔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