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와 친해지기, 오후에 잠깐 외출

종일 아이패드 사용법을 숙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맥북하고는 같은 듯 달라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하긴 수십 년간 윈도즈(windows) 기반 컴퓨터에 익숙해진 머리가 전혀 다른 OS를 사용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한 일 년 맥북을 사용해 봤기 때문에 맥OS가 전혀 낯설지는 않다. 처음에는 ‘이건 뭐지’ 하는 심정이었으나 지금은 ‘이야, 정말 맘에 드는군’으로 바뀌었다. 맥OS 사용자들이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시스템과 기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건지는 직접 맥을 사용해 보면 알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존경스러워질 정도다. 아무튼 아이패드는 내 온라인 생활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 분명하다. 한 이틀 붙잡고 씨름했더니, 이제는 제법 가지고 놀 정도는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패드가 품고 있는 엄청난 기능을 어떻게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고작 영화나 보고 SNS나 하려고 아이패드, 그것도 프로를 구매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졌다. ‘나의 계절’이 오고 있다는 징후다. 접종 3일째가 되나, 백신 후유증도 거의 없다. 내가 100만 분의 1의 특이체질은 아닌 모양이다.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접종 부작용 소식을 보게 되는데, 복권 당첨이 아닌 이상, 그 희귀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나저나 빨리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어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니 전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충동적으로 집을 나섰다. 갈매기에 들른 지도 일주일이 넘었고, 늘 가던 월요일이기도 해서다. 여러 지인의 소식도 궁금하고, 술을 삼가라는 백신접종 후 3일간의 금욕의 터널도 잘 통과했으니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했다. 6시 30쯤 갈매기에 들렀을 때, 대체휴일이라서 그런지 술집 안이 썰렁했다. 익숙한 얼굴 두어 팀이 홀과 별실에서 각각 술을 마셨고 나중에 강모 선배 일행이 2차로 들렀는데, 그들은 나보다 늦게 와서 일찍 나갔다. 종우 형과 잡담하며 세 병을 마시고 (내가 마신 것은 2와 3분의 1병 정도) 9시쯤 갈매기를 나왔다. 개운한 행보였다. 취하지 않고,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의 음주였다. 혁재를 기다렸는데, 오질 않았다.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혁재가 왔다면 반갑고 좋았겠지만, 술을 더 마셨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오늘처럼 개운하게 술자리를 나와 유쾌한 기분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도 뉴스는 국외나 국내나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