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은 대서(大暑), 큰 더위가 찾아왔다

달빛사랑 2021. 7. 22. 00:38

 

오늘은 비번일, 종일 유튜브와 영화를 보며 느긋하게 소일했다. 미경이로부터 최종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교정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그늘을 찾아 걸으며 마트에 다녀왔다. 냉면 육수와 두부, 콩나물, 소면, 오이, 가지, 풋고추를 샀다. 가지와 오이로는 냉국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각종 조리법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나는 재료와 양념만 확인한 후 나만의 감각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매실과 액젓, 홍고추 등이 있었다. 오늘 사 온 냉면 육수로 국물을 대신할까 하다가 정수기 물을 받아 내가 직접 양념을 넣어 국물을 만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완성된 냉국에 얼음을 동동 띄웠더니 제법 근사했다. 냉국을 반찬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영화 두 편, 다큐멘터리 한 편, 애니메이션 1편을 감상했다. 영화 두 편의 경우는 킬링타임용 액션과 코미디 영화였고,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학원물이었다. 특히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 나사의 과학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허블’은 감동적이었다. 허블망원경이 발명됨으로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우주의 신비들이 베일을 벗게 되었다. 별의 탄생과 죽음, 수많은 은하계, 오리온자리 세 개의 별을 촬영한 영상은 환상 그 자체였다. 블랙홀도 볼 수 있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문득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저 광활한 우주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생명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생물학적 죽음 이후의 세계는 정말 없을까 등등 현재 인간의 사고로는 결코 명확한 대답을 얻을 수 없는, 그야말로 불가지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별까지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수백억 년을 가야만 한다는데, 그 천문학적 숫자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경외감이 들면서, 한편으로 고작 100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꼴이 가소롭고도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정말 아름다운 별이었다. 이 아름다운 별을 누가 인간들에게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점점 더 망가지는 지구를 보며 그 보이지 않는 ‘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감동과 슬픔이 함께 몰려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