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OMG! 중복(中伏)에 이 무슨…

달빛사랑 2021. 7. 21. 00:37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暴炎)이 계속되고 있다. 거리는 그야말로 거대한 찜통이다. 볕에 노출된 채 몇 걸음만 걸어도 목과 등줄기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이 혹서에도 현장에서 노동하는 분들이 있을 테지만, 폭염은 공감능력까지 태워버렸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런 날씨가 일 년 내내 계속된다면 나는 아마도 미쳐버릴 게 틀림없다. 경계가 자꾸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에 산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오늘은 참으로 희한하고 허탈하고…… 어쨌든 묘한 날이다. 오후 3시쯤, 비서실 박 주무관은 교육감께서 경인일보 ‘조선화 거장전’ 개막식에서 할 인사말을 부탁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A4 한 장 분량의 인사말을 작성해 비서실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전시 준비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시회 총괄 책임자 수홍 형에게 연락했더니 코로나 때문에 개막식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인사말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직접 비서실로 가서 개막식 취소 사실을 알려주었다. 주무관들은 의아해하면서 경인일보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나는 외출한 교육감에게도 연락하기 위해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수행 비서의 전화번호를 잘못 저장했던 것이다. -07을 70으로! 황당해라. 

 

작품 DP 중인 소영이를 응원하려고 예술회관 대전시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시 대변인인 후배 정 모(某)를 만났다. 그는 내가 현재 교정 중인 『인천인물 100인』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형, 이 책은 오류가 많은 초판이에요. 나중에 대폭 수정해서 두어 차례 수정판을 냈어요.” 하는 것이었다. 그가 경인일보사에 근무할 때 기획한 책이었기 때문에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뿔싸! 이미 300쪽 가까이 눈이 침침해질 정도로 교정을 봤는데, 그렇다면 제일 마지막 나온 판본으로 다시 교정을 봐야 한단 말인가’하는 생각에 눈앞이 노래졌다. 창수 형에게 전화해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형도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일단 미경이에게도 말을 해서 최종판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미경이도 경인일보 전시회 도록 제작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제발 이틀 동안 작업한 것이 도로가 아니기를 빌 뿐이다. 창수 형은 “그래도 헛수고는 아닐 거야. 어차피 초판이든 최종판이든 꼼꼼한 네가 교정을 보면 또 다른 오류를 찾아낼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라고 말해주었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미경이로부터 최종판을 받으면 구판과 신판의 쪽과 쪽을 대조하며 교정 내용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확인해야만 한다. 가공할 삼복더위에 이 무슨 맥빠지는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