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후배의 논문 을 수정해 주다

달빛사랑 2021. 7. 17. 00:35

 

 

 

530쪽 『문학전람』의 교정을 마침내 끝내고 느긋한 마음으로 최근 영화 두 편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늦은 오후 후배 하나가 전화를 걸어 석사 논문 교정을 부탁했다. 사실 2주 전부터 부탁했던 터라서 거절할 수 없었다. 다만 아침부터 7 ~8시간 동안 종이책을 들여다보며 교정을 하느라 눈이 피로해질 대로 피로해진 상태라서 부담스럽긴 했다. ‘왜 하필 오늘……’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내 눈 상태가 말이 아니다. 침침해서 교정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하고 엄살을 부렸다. 이럴 때의 엄살은 일종의 생색이다. ‘나의 노고와 피로를 잊으면 안 돼’ 하는 마음이었다. 후배는 미안해하면서도 일정이 급했는지 “죄송해요. 부탁할게요. 도표가 많아서 실제 원고량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했다. 알았다고 대답한 후 받아본 파일은 A4 용지로 130장이었다. 만만한 분량이 아니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후배의 말대로 파일을 넘겨보니 도표가 많긴 했다. 그나마 파일로 전해받았기 때문에 글자를 키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논문 앞부분 ‘초록’부터 교정이 어려웠다. 아무리 특수대학원 논문이라고 하지만, ‘이런 상태의 논문을 통과시켜주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엉망이었다. 기본적으로 문장의 호응이 엉망이었다. 나로서는 ‘아,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하려고 했을 거야.’라고 미루어 헤아리면서 거의 다시 쓰다시피 문장을 손봐야 했기 때문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자료와 도표를 인용하거나 서면 인터뷰가 게재된 중간 부분부터는 교정할 게 많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서 따옴표를 치긴 했지만, 선행연구자료나 남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기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서는 편하지만, 논문의 질을 생각할 때는 약간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요즘 한 대선후보의 아내가 논물 표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만약 이 논문이 일반대학원 석사 논문이었다면, 표절 검색기 카피킬러에 여지없이 걸려들고 말았을 것이다. 다만 학문적인 논문이라기보다는 특수대학원에서 ‘맘먹고 양산하는’ 석사학위 논문이고 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논문이라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4시쯤 시작한 교정은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안약을 넣고, 마사지하고, 세수했는데도 눈이 침침했다. 후배의 카톡으로 교정 파일을 보냈더니 이내 후배는 전화를 걸어왔다. “애쓰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코로나 잠잠해지면 용궁정에서 술 한잔해요.” 했다. 있는 생색 없는 생색 오지게 내며 “그래, 끝마무리 잘하고…… 조만간 보자.”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제 마블 코믹스의 신작 영화 ‘블랙 위도우’를 볼 참이다. 오늘도 매우 힘들었다. 정말 최근 서너 주처럼 열심히 살았으면 뭔가 큰일을 했을 텐데 말이지. 그래도 일요일까지 일을 이월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개운하게 영화를 감상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