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했던 서비스를 해지하는 일

뭔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관계의 농도와 인정이 판단을 흔들어대고 복잡한 절차가 실행을 방해한다. 이를테면 친구의 부탁으로 들었던 보험이나 단체 후원금, 구독하는 신문이나 가입한 모바일 서비스 등을 해지하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오늘, 가입한 지 오래된 포켓 와이파이 서비스를 해지했다. 그 과정에서 sk와 sk텔링크가 서로 다른 회사란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sk 서비스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홈페이지의 내 정보를 뒤져봐도 가입 이력이 뜨지 않았다. sk 고객센터에도 연락을 했는데, 직원도 희한하다며 황당해 했다. 나중에서야 내가 가입한 곳이 알뜰폰 세븐모바일 회사인 sk텔링크라는 걸 알게 되어 비로소 해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5만 원대 상품으로 요금제를 변경했다. 무엇보다 데이터 무제한 상품이었는데, 기존의 요금보다 2만 원 정도 더 비쌌지만 포켓파이 이용료 16, 500원이 나가질 않으니 지출 총액은 그 전이나 얼추 비슷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포케파이 공유기를 굳이 들고다닐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10기가를 제공하던 포켓파이보다 그 열 배가 넘는 100기가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고 또 얼마나 경제적인가.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확실히 정보가 부족하면 경제적 손해를 더 많이 감수해야 한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지 않았다면 해당 서비스를 훨씬 비싼 가격을 내며 더욱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발품과 손품 등 다양한 품이 필요하다. 자기 권리는 자신이 직접 찾아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이런 사실을 고객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법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약관을 교묘하게 만든다. 그 '교묘한 트릭'의 빈 지점을 찾아 자신의 권리를 소비자가 직접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오랜 숙원 하나를 해결한 것 같아 기분이 홀가분하다. 이번 판단은 제발 후회없는 판단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