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딸의 청첩장을 받고서

친한 친구의 외동딸이 결혼했다. 친구 자제들이 결혼한다는 청첩을 받을 때마다 결혼적령기 아들을 둔 내 마음은 복잡해진다. 나는 아직 아들 결혼식을 번듯하게 치러줄 만한 준비가 덜 됐다. 집을 장만해 주는 건 언감생심이고 (서울에 살 경우) 전세비조차 마련해줄 여력이 없다. 물론 아들도 나에게 그것을 기대하진 않는다. 아들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결혼식 비용만 나를 곤란하게 하는 건 아니다. 현재 나에게는 아내가 없다. 아내 없이 아들 결혼식을 치러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탓에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어쩌면 결혼식 당일 하객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부부 행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곤혹스러움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퍼뜩 잠이 깰 지경이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곤란한 상황쯤은 기꺼이 참아낼 용의가 있다. 다만 아내뿐만 아니라 처가 식구들을 모두 만나야 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분들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의 자격지심과 쑥스러움 때문이다. 물론 닥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아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겠지만)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마다 기분이 스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러한 마음의 부담을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도 친구 자제들의 결혼 소식을 들을 때면 불현듯 그것에 생각이 미치고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절친 딸의 결혼식이었지만, 오늘도 축의금만 보내고 식장에는 가지 않았다.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의 반려가 될 것을 약속하는 날, 의연하고 능력 있는 아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어쩐지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몰려든다. 평범하게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