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돼지고기값이 금값이더군

달빛사랑 2021. 4. 25. 00:12

 

새로 주문한 행거(clothes reck)가 오기로 해서 기존에 쓰던 2단 행거를 분리해 밖에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배송상황을 검색해 보니 오늘 오기는 틀린 것 같아 주방 청소를 하고 늦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큰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엄마 묘역에 가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려면 전병원 앞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이왕 데려갈 생각이면 집 앞까지 와서 전화할 일이지 굳이 나보고 전병원까지 오라고 할 건 뭐람’ 하는 생각에 약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국이 끓고 있었고 해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나들만 다녀와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큰 자형은 항상 상대를 생각하는 데 있어 2%가 부족하다. 그래서 뭔가를 하고도 뒷말을 듣는다. “예, 그럴게요”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정거장 걸어가 자형의 차를 탈 만큼 무던하지 않은 내 성격도 문제지만, 배려가 부족한 자형의 처사가 못마땅한 건 어쩔 수 없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킹스맨’이란 영화 속 한 구절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서 모든 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자연풍으로 환기하는 게 확실히 상쾌하고 좋다. 날도 좋아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추운 줄을 몰랐다. 간만에 삼겹살을 사기 위해 정육점에 들렀는데, 국내 한돈 가격이 한 근에 2만 원이 넘었다. 고기를 내어주는 사장님도 괜스레 미안했는지, “요즘 수입 고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팔면서도 미안하다니까.”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비싸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오기도 뭐해서 “그러게요. 달걀 한 판 값도 8천이나 해요.”라며 맞장구를 쳐주고 고기를 받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서민들은 이래저래 죽어날 지경이다. 그래도 국내산 돼지고기라서 그런지 부드럽고 맛있었다. 이가 부실해서 질긴 고기는 소고기라고 해도 내키지 않는데, 오늘 산 고기는 정말 괜찮았다. 최근 먹어본 삼겹살 중에 가장 맛있었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뜨거운 국은 기본이고 반찬도 세 가지 이상은 놓고 먹는다. 오늘은 고기까지 올라왔으니 최고의 밥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내가 맨날 라면이나 즉석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리라 생각하겠지만, 무슨 소리! 나는 늘 최고(이라기보다는 최선)의 밥상을 차려놓고 우아하게 식사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를 연민하게 될 게 뻔해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