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선명한 목소리로 "고마워요!"라고 말하기

그래서 결국 후배를 만났고, 내가 예상했듯이 자신이 진행하려는 사업과 관련하여 부탁을 해왔고, 나는 그 사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배의 연락처를 전해줬으며 술 한 잔 마시다가 직접 전화도 연결해주었으니 선배로서 나 할 일은 다 한 셈인데, 돌아오는 길 문득 류승범이 출연한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 불량 검사 류승범은 경찰과의 공조를 걱정하는 부하직원에게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며 짜증 섞인 호통을 친다. 호의에도 내성이 생긴다는 말일 텐데,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눈다.”라는 속담도 있고, 영미권에서도 비슷한 표현인 “Do someone a favour and it becomes your job.”(남 좋은 일 하다보면 그게 어느새 네 일이 되고 말아)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이러한 세태가 상정(常情)인 모양이다. 그런데 후배의 부탁 하나를 들어준 후 이런 생각을 한 걸 보면 나도 꽤 옹졸해 보인다.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후배가 나의 ‘노력’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쉬 잊을까 봐 조바심 낸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런 거에 맘이 쓰인다는 건 그만큼 내가 늙었다는 것이다. 인정욕구가 강해지고, 작은 것에 서운해지며 뭔가를 하면 꼭 생색내고 싶어 하는 건 꼰대가 되었다는 씁쓸한 반증이다. 다른 사람 탓할 게 아니라 나부터 내게 호의를 베풀어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말과 행동으로 티가 나게 해야겠다. 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고마워하는 거 아시죠?’라는 마음을 상대가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똑바른 목소리로 큰 동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