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해를 보내며

달빛사랑 2020. 12. 31. 03:57

 

 

대다수 사람에게는 지긋지긋한 한 해였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때문에 삶은 팍팍해지고 인간관계는 어그러졌으며 미래에 대한 꿈조차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했던 상황이었으니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은 꼬박 일 년 동안 이어졌고 현재도 여전히 나아질 기미 없이 진행 중이다. 정치 현실 역시 더욱 재미없어진 건 말해 뭣하겠는가. 검찰을 비롯한 사법 적폐 세력들의 저항은 뻔뻔하고 얄밉고 질겼으며 그 결과 그들의 저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180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지리멸렬을 보는 것은 곤혹스럽다. 남은 일말의 애정조차 거두게 만드는 최근의 행보들은 우리가 뭘 믿고 촛불의 승리를 저들에게 맡겼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예술가들도 어려움을 겪은 건 마찬가지다. 대면 접촉이 금지되거나 일정한 규모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층위의 감상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시너지를 얻는 예술 영역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경제, 교육, 종교 중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되는 영역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슬픈 민낯이다. 그리고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질곡의 끝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코로나 상황이 끝난다 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거라는 말도 전문가 집단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니 2020년에 무슨 애정이 남았겠는가. 마스크와 바이러스와 확진과 병상만이 떠오르는, 오염된 터널 속 같은 이 현실에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러한 때에 그래도 나는 취직을 했다. 계약직이긴 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퇴직하고 있는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게다가 보수와 복지가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2020년에 대한 느낌이 묘하다. 애증 관계라고 해야 하나. 내 인생에 있어 뭔가 뜻깊은 변화를 맞이한 해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삶을 황량하게 훼손한 해이기도 하고……. 또한 어머니의 체력이 올해 들어 현저하게 떨어졌다. 성정도 약간은 더 고약스러워지셨고 노탐도 생겼다. 아마도 몸이 맘처럼 움직여지질 않으니 더욱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매년 늘 복잡했다. 나에게 행운을 주었지만, 만인에게는 고통을 안겨준 2020년, 미련 없이 보낸다. 새해에는 웃을 일만 많길 바란다. 나도 주변도 국가도 사회도 산도 바다도 하늘도 땅도 모두 모두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