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렇게 하루가 가네
몸이 불편하니 짜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좀 피곤하다. 엄마의 컨디션은 현재 최악이다. 90년 넘게 사용한 몸이니 성한 곳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 불편한 몸과 연동하여 마음도 자꾸 심약해지시고 잔 짜증을 많이 내시게 되는 거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만 엄마가 또 서운해하실까 봐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어제부터 민예총 행사 관련 보도자료 때문에 후배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교육청에 와서까지 그러한 일을 내가 처리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짜증스러웠지만 경인일보와 기호일보, 인천IN에 각각 전화해서 보도를 부탁했다. 모두 친한 기자들이라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기사화를 약속받았다. 오후에는 인천지역 열사 추모제에 시 낭송을 부탁받았는데 그건 정중히 사양했다. 오래전부터 조시를 정말 많이 쓰고 낭송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망자들에 대한 시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특히 열사 추모제는 동일한 고인들을 대상으로 한 추모행사라서 매년 새롭게 추모의 정서를 시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속마음을 피력했더니 부탁한 후배도 순순히 수긍했다.
저녁에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갈매기에서 번개모임을 하겠다며 연락을 했다. 엄마만 아니라면 나갔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무척 대견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집에 있을 때 전화를 받거나 머리를 감기만 해도 엄마는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저녁에 나가면 분명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부러 엄마 들으라고 “나가고 싶은데 엄마가 몸이 편찮으셔서 나갈 수가 없네.”라고 전화기에 대고 크게 말했다. 그리고 어제 갈매기에서 얻어온 비지를 가지고 찌개를 끓여 함께 저녁을 했다. 찌개에 밥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안 나기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갈매기 종우 형은 보고 싶은 조구 형이 혼자 술 드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오기도 했다. 잔인한 오지랖이 아닐 수 없다. 설사 내가 외출을 했다 해도, 친구들도 갈매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조구 형도 같은 시간에 갈매기에 있었기 때문에 ‘두 자리’ 모두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맥북에 사용하기 위해 매직 마우스를 거금을 들여 구매했는데, 사용해 보니 가격에 비해 별로 가성비가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맥북의 트랙 패드가 워낙 정교하기 때문에 외부 마우스가 사족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게다가 구매 자체도 술기운에 충동적으로 한 것이었다. 하여 미련 없이 반품했다. 쿠팡의 반품 시스템이 수월했다는 것도 반품을 결정한 큰 요인이었다. 컴퓨터 회사에서 저마다의 특장점을 갖고 있는 패드를 장착했을 때는 뭔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맥북 사용을 계기로 손가락 제스처만으로 명령을 처리하는 패드에 익숙해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