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관료사회(구성원)의 명암

달빛사랑 2020. 9. 9. 02:16

 

난 깔끔하다. 조직 생활할 때 나의 깔끔함은 빛을 발하거나 부담스럽다. 비합법 활동 시절, 보안 훈련 차원에서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게 몸에 익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유전자가 그렇다. 지저분한 걸 참지 못하는 성정이다. 그래서 오픈으로 나와 사무실 생활을 할 경우, 어느 곳에 있든지 나의 자리는 늘 티가 난다. 주변과 너무도 확연하게 차이가 느껴지니지 티가 날 수밖에. 뭐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봐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해서 반사적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런 상태’가 좋다. 근데 이게 때에 따라서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모양이다. '내가 그러니 너도 그래야 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정서적 폭력으로 느끼는 것이다. 옘병!

 

퇴근 무렵, 서구 모 중학교 교장인 고 모 씨가 방문했다.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는데, 새로 임용된 특보를 축하해주러 왔다고 말을 했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피력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몇몇을 제외하면 교장들은 대개 노회하다. 뒤로 물러나 후배들의 뒷배가 돼주면 그만인데, 자꾸만 앞에 나서서 훈시하려는 인사들이 있다. 욕망이야 나이 든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정도가 지나쳐 추문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특보께서는 나이에 비해 너무 순수하다 보니 다른 차원에서 좀 답답하긴 하지만, 공식적인 술자리를 파하고 나서도 나에게 슬며시 다가와 “문 동지, 2차 하러 가요.”라고 제안하는 그 마음이 정겹다. 고 모 교장에 비한다면 이 노동특보는 아기처럼 맑다. 그건 아마도 지식인과 노동자의 차이일 거라고 나는 ‘함부로’ 생각한다.

 

그 아기 같은 사람이 2차를 제안했지만, 9시 이후에는 일단 갈 데도 없고, 엄마도 생각나서 정중히 사양하고 일찍 들어왔다. 그리고 집에 올 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순간의 선택은 엄마의 기쁨과 직결된다. 오늘은 소주 2병을 마셨는데, 다른 때보다 다소 취기가 느껴졌다. 지금 나는 무척 졸리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자존심을 잃지 않을 거라는 것과 잠이 부족하다는 건 명백하다. 이제 내일 아침까지, 중간에 깨는 일 없이 하염없이 잠잘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 그리고 관료사회에 며칠 있다 보니 인간관계의 옥석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매우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자야겠다. 졸음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