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위기의 모녀 사이

달빛사랑 2020. 8. 28. 20:27

 

아침 9시에 와서 12쯤 돌아가는 요양보호사 문제로 엄마와 작은 누나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다. 누나와 보호사는 같은 교회 교인이고 무척 친하다 보니, 근무시간(?)이 끝나기 전인데도 종종 누나는 보호사에게 연락해 함께 교회 일을 보러 가곤 했다. 사실 혼자 기동하는 데에 문제가 없고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엄마는 보호사의 그런 행동에 대해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 쪽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 심심하면 교회 일이나 하러 가요.” 하고 종용하곤 했는데, 무언가 서운한 일이 있었던지 엄마는 그것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확실히 요즘 엄마는 사소한 것에도 자주 서운해하신다. 나이 든 노인들이 으레 그렇듯이.

 

어느 날, 엄마는 보호사에게 “아줌마가 이 집에 오는 건 청소를 하건 나와 이야기를 하건 나를 위해 일하라고 나라에서 돈을 주는 것이잖아요. 근데 나는 안중에도 없고 출근 도장(휴대폰을 현관에 붙어 있느 IC카드에 접촉)만 찍고 나면 으레 교회 가서 끝날 때쯤 돌아오잖아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라며 정색을 하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보호사 아줌마는 무척 당황해하며 “그럼요, 엄마(보호사는 태인 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말씀이 다 맞아요. 앞으로는 교회 일을 보더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 볼게요.”라고 엄마 말에 수긍했고 문제도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보호사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은 누나는 엄마에게 “왜 그러는 건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다 가는 것보다 교회 일이라도 하고 가는 게 낫잖아요.” 하며 짜증 섞인 불만을 쏟아 냈던 것이다. 엄마는 “싫어. 그럴 거면 코로나도 극성인데 오지 말라고 해.”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이후 감정 섞인 말들이 더 오고 간 후 사이가 서먹해진 것이다.

 

식사하며 슬며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돼요? 누나도 아줌마도 엄마 말을 충분히 이해했을 거야.”라며 중재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싫어. 뭐든지 제멋대로 하고, 부모를 개떡같이 생각하는 뉘 누나 거들먹거리는 거 보기 싫어. 남의 딸이라도 그렇게는 안 할 거다. 필요 없어. 오지 말라고 할 거야.”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셨다. 며칠 후면 엄마는 지레 마음이 불편해 먼저 화해의 손짓을 내밀 거라는 걸 알지만, 그 ‘며칠’이 나에게는 영 불편해서 미칠 지경이다. 전후 사정과는 무관하게 부모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무조건 자식 책임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고약한 노인네들도 없진 않지만, 울 엄마는 대체로 상식선을 넘어서는 법이 없는 분이다. 누나 쪽에서 숙여줬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인데, 그 양반도 고집이 있는 분이라서 근시일 안에 화해가 이루어지진 않을 게 분명하다. 이래저래 나만 중간에서 고약한 상황을 견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