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ㅣ등록서류 접수ㅣ갈매기
오늘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아 무척 힘들었다. 4시쯤 되어서야 선잠이 들어 서너 시간이나 잤을까. 오전 10시부터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수면 부족 때문에 결과가 나쁘게 나올까 봐 걱정이다. 평소의 수면 패턴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침에 회의가 있거나 오늘처럼 특별한 일정을 치러야 할 경우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낮잠도 많이 자는 편은 아닌데 왜 이렇게도 잠들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늦게서야 잠들었으면 그나마 9시쯤이나 깰 것이지, 7시도 안 되어 깨는 건 또 뭔지..... 수면 클리닉이라도 다녀야 할까 보다. 지금 시간 오전 8시, 한 시간 후에 병원으로 출발할 예정. 그나저나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잠도 못 자면서 시간을 보내려니 지루해 죽겠네.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12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두어 시간 잠을 잤다. 3시 30분에 다시 들러 신체검사 결과표를 받았다. 물론 공무원 신체검사 채용 기준을 통과하여 신체검사는 합격했지만, 예상대로 건강검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혈압이 높고, 당뇨 위험도 있으며, 고지혈도 문제라고 의사는 말했다. 60년 가까이 사용한 몸이기도 하고 술과 담배를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4시 30분, 교육청에 들러 신체검사 합격증과 현장에서 직접 작성한 두 개의 서류 등 등록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담당 직원은, 신원조사에서 별다른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9월 1일부터 출근하게 될 거라고 했다. 앞으로 보름 후다. 청사를 나오다가 교직에 있는 후배들을 만났다. 교육청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하러 왔다고 한다. 교육청 문화예술특보로 입사할 예정이라 그런지 교사 후배들이 더욱 반가웠다. 그들과 함께 근처 ‘사곶냉면’에 가서 냉면을 먹었다. 후배 안미경이 냉면값을 계산해 주었다.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도 전시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팔방미인 그녀를 만나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오라버니’ 혹은 ‘오빠’라고 부르는 몇 안 되는 후배다.
후배들과 헤어지고 갈매기에 들렀다. 수홍 형과 영근 형이 이미 와 있었다. 수홍 형은 사흘 연이어 술을 마시네. 대단한 체력이다. 그 체력이 부럽다. 형들과 합석해서 소주를 마시다가 우연히도 맞은편 곱창집에 와 있는 용수 형을 만났다. 곱창집으로 우르르 이동, 이거야 원.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맥주 한 잔만 더하자는 수홍 형의 제안에 나는 오케이, 영근 형은 멀리 가는 건 싫으니 그냥 갈매기에 다시 가서 맥주 한 병씩 시원하게 먹고 헤어지고 제안해, 다시 갈매기 행(行). 정신없기도 하지. 그렇게 시작된 맥주였는데, 영근 형은 정말 두 병 먹고 일찍 일어나셨고, 나와 수홍 형은 맥주가 왜 그리 잘 들어가는 것인지. 각각 5병은 마신 것 같다. 게다가 9시쯤 혁재가 합류해서 기분이 좋아지다 보니 많이 마셨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 괜찮네. 수홍 형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라떼’ 스타일로 무용담을 펼치고, 손님이 없어 종우 형도 일찍 문을 닫고 함께 했다. 룰루랄라, 참으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기분 또한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