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재미 없는 세계, 바쁜 일상

달빛사랑 2020. 6. 18. 17:19

 

최근 북한은 남북교류의 상징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에는 군대를 주둔하게 하였다. 물론 북한이 해당 조치를 취하기 전에 남한 정부를 향해 신경질적인 성명를 발표하긴 했지만 그것은 기실 남한만을 겨냥한 ‘선전포고’가 아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작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 어떤 후속 조치나 대화 의지도 보이지 않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적대감을 표현한 것이다.

 

미국에게는 애초부터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볼턴 같은 매파가 관례를 어기고 회담장에 나와 트럼프에게 훈수를 둔 게 그 증거 중 하나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를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했을 뿐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심쩍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중재와 과시욕이 강한 트럼프의 돌발적인 행동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왔던 것인데, 이후 남한 측은 조국 사태를 비롯한 악재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및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느라 외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북한은 이제 정상 간의 포옹이나 악수와 같은 연극적인 관계 개선방식에 대해 믿지 않기로 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더는 미제와 그 하수인의 기만적인 쇼에 속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난으로 인한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고 본다.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은 물론 더욱더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강경한 대응을 했다는 것은 북의 딜레마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는 인민들에게도 미국이나 한국에게도 자신들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함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행동이라는 것이다. 

 

남쪽의 보수우파들은 이번 북한의 행동에 대해 물 만난 고기처럼 강경 대응을 주문하거나 정부의 굴욕외교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사실 그들의 여물지 못한 어설픈 논리들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 이면의 사정들을 헤아리고 우리 쪽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표명해야 할 때다. 그것은 보수우파들이 말하는 ‘구걸 외교’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작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눈꼽 만큼도 고민하지 않는 인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논리들을 듣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모종의 보수단체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탈북민단체들은 남북한 정부 모두가 자제할 것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단발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그들의 조급함과 자신들이 버리고 온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들이야말로 자칫 특정 정치 세력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대북 전단 발송장소가 속한 지자체에서는 발송 행위를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지만, 해당 단체 들 역시 구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발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향후 관과 단체 간의 소모적인 대립이 지족될 것으로 보인다. 


우군이 변절했을 때 더욱 치졸하고 잔인하고 위악적인 모습을 띤다. 진중권이란 인물을 연민한다. 그릇된 인정욕구는 흔한 말로 ‘관종’이다. 관종은 일종의 환자다.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연명할 수밖에 없는 고약한 병에 걸린 환자다. SNS를 하다 보면 그와 같은 관종을 자주 접한다. 그들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국내외 정치를 비롯해서 현재 돌아가는 모든 상황이 너무도 재미없다. 게다가 지금은 하필 여름이다.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