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로 시작한 아침, 힘내요 엄마!

달빛사랑 2020. 5. 26. 20:16

 

요즘 엄마의 짜증이 잦습니다. 노인들이 짜증을 내는 첫 번째 이유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갑자기 찾아드는 외로움이나 노인들 특유의 무상감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불편한 몸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최근 뼈마디가 아프다며 자주 일어나 서성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그러한 몸의 통증이 엄마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엄마의 짜증이 종종 요양보호사 아주머니를 타깃으로 하여 분출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아도 아주머니는 무척 헌신적이고 싹싹하며 엄마를 친엄마처럼 대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는 물론 누나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권사님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습니다. 만약 매뉴얼 대로만 일하시는 분이 방문하게 되면 재택근무를 하는 나와의 관계도 어색해질 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지금처럼 살가운 대화 상대가 되어주지 못할 게 뻔합니다. 엄마도 친딸처럼 살가워서 좋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요즘에는 심통 난 노인처럼 불만이 많은 것이지요. 내가 아주머니에게 저간의 사정을 말해 드렸더니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자신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그토록 사려 깊고 눈물 많고 이타심이 강했던 엄마가 통 안 하시던 행동을 저리 하시니 은근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보호사 아주머니는 종종 교회 일을 보기 위해 외출했다가 퇴근할 무렵에 들어와서 카드만 체크하고 가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엄마 쪽에서 용인했던 것이지요. 엄마처럼 스스로 자신의 몸을 건사할 수 있고 거동에 큰 불편이 없는 환자를 맡게 된 것은 아주머니에게는 행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그 ‘행운’을 빌미로 아주머니에게 을(乙)의 희생을 기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요.

 

난 이것이 한시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불편한 몸이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잖아요. 다만 안 그러던 분이 자주 낯선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당신의 몸과 마음에 모종의 변화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지요. 앞으로 점점 더 몸은 불편해질 것이고 기억력은 가물가물해질 터인데, 그러한 몸과 맘의 변화가 깔끔하고 속 깊었던 엄마 본래의 삶의 결을 무심하게 야금야금 훼손하게 될까 봐 걱정인 것이지요. 힘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