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평범해서 고마운 날

달빛사랑 2020. 4. 27. 21:43

아침 나절 잠깐 박무(薄霧, 엷은 안개)가 끼었다. 밤낮의 기온 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안개가 사라지자 공기와 햇빛은 더욱 투명해졌다. 이런 날은 거리를 걷다가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가는 길, 근린공원 화단을 지나가다가 만난 서너 송이의 민들레꽃씨를 허공 위로 “후~”하고 불어주었다. 이듬해에 꽃으로 피어나면 혹시 나를 알아볼지도 모를 일이다. 운동 마치고 올 때는 계란 한 판과 두부 두 모, 애호박과 양파, 면도크림을 구입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주방에서 미나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오늘같은 평온한 시간만 내내 흘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생각했다. 그것이 쉬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만큼은 터무니없는 바람조차 용인될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갈매기에 들렀다. 혁재를 만났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혁재를 만난 것이 무엇보다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