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를 바꾸다

다비치 안경에서 안경테를 수리 받은 지 하루 만에 같은 곳이 다시 고장 났다. 아, 짜증! 수리비 2만 원이 날아갔다. 어제 젊은 안경사가 수리된 부분을 펜치로 너무 과도하게 조이고 당기는 게 불안해 보이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 일어나 안경을 쓰려고 다리를 벌렸더니 특별히 강한 힘을 준 것도 아닌데 글라스부와 다리 연결부분의 플라스틱 나사구멍이 툭하고 떨어진 것이다. 결국 집 근처 남대문 안경점에 가서 안경테를 다시 구입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연결부위가 깨지거나 빠질 염려가 없는 재질과 구조로 된 제품으로 구입했다. 세일해서 13만 5천 원. 이번에는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
영 입맛이 없다는 엄마를 위해 소고기를 사러 집 앞 정육식당에 들렀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물었더니 붉은 고깃덩이를 가리키며 한 근에 9만 원이라고 했다. 가격에 놀라는 눈치를 보였더니 사장님은 “이것 드셔보세요. 저것보다는 저렴한데 이 부위도 맛있어요.”하며 썰어서 포장해놓은 4만 원짜리(정확하게는 37.820원) 팩 하나를 보여주었다. “소고기죠?”하고 물었더니 “그럼요. 한우 1등급보다는 싸지만 이것도 싸구려 부위 아니에요.”하며 웃었다. “소고기를 자주 먹어봤어야지요.”하며 나도 웃었다. 정육점을 나와서는 엄마를 위해 고기를 사러 갔다가 가격 때문에 최고 비싼 부위를 망설임 없이 포기한 나의 민망한 새가슴을 생각하며 또 한 번 웃었다. 근처 아파트 화단의 목련나무에는 반개한 흰 꽃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아마도 다음 주쯤에는 가지마다 꽃들이 흐드러지겠지. 바이러스 창궐에도 아랑곳 않고 처처에는 봄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