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저격] 영화 <리즈와 파랑새>를 보다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약간은 설익은 감성과 오글거리는 대사를 견뎌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쿄애니(교토 애니메이션)의 학원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연성 있는 상황, 다시 말해서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감되는 상황을 얄밉도록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공간적 배경과 주인공의 연령대,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연령대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리즈와 파랑새> 역시 쿄애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야마다 나오코는 <목소리의 형태>에서도 학원 이지메 문제를 소재로 하여 화해와 용서를 통해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바 있는데, <리즈와 파랑새> 역시 두 소녀의 갈등과 성장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목소리의 형태>와 일맥상통하는, 전형적인 쿄애니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목소리의 형태>가 사건을 보다 현실적으로 다루었다면 <리즈와 파랑새>의 경우는, 사랑이란 상대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라는 뻔한 주제를 액자 형식의 이야기 구성과 섬세한 작화(作話), 서정적인 화면, 절제된 대사 속에 녹여냈고, 거기에 플루트와 오보에의 협연이라는 음악적 모티브를 가미해 다소 환상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차이는 있다. 우연찮게 봤지만 필연적으로 감동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마음이 팍팍해질 때마다 보면 좋을 것 같아 구입하려고 유튜브를 검색했지만, 아직 판매 리스트에는 올라오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