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재수없어도 할 수 없어

달빛사랑 2019. 11. 18. 21:53

심정적으로 내키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내 능력을 벗어난 일들에 대해 "NO" 할 수 있는 것도 용기이자 예의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정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떠안고 버티는 것은 배려나 온정이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하기 싫지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있고,하고 싶지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공인이거나 뭔가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간혹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일을 감당해 내야만 할 때가 있다. 물론 그때 그는 마음이 담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로써의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간혹 마음이 담기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부류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성실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성정이 성실한 사람은 의무감에 입각한 일조차 치밀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치밀함은 의무감의 압박을 넘어서는, 유전적 성정이다. 이런 성정의 인물은 어디에 있든지 흔적을 지우면서 뚜렷이 자신의 흔적을 역설적으로 남긴다. 그래서 아름답거나 재수 없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게 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 때문에 종종 특정 상황에 대한 호불호, 옳고 그름, 맞고 틀리고 등에 대한 범인(凡人)의 판단이 희화화될 때가 있다.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일수록 이런 부류의 인간을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겠지만, 가진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공격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어 하고, 뭐 하나 치열하게 하는 것도 없는데 가끔 마음 없는 작업의 성과를 인정받는 얄미움…… 어쩌란 말인가. 앞으로 살아가야 날이 많은데... 이렇게 재수 없는 캐릭터로는 외로울 수밖에 없을 텐데. 어쩌란 말인지... 그래, 맞다.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