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고록 초고를 의뢰인에게 넘기다

달빛사랑 2019. 9. 19. 18:24

 

회고록 의뢰인을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43년 공직생활 중 신산한 시간도 없진 않았겠지만 그는 비슷한 직급의 공직자들보다는 확실히 평탄한 공무원 생활을 했던 것 사실인 것 같다. 그의 삶에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서는 평탄한 삶보다는 변화무쌍하고 극적인 상황들이 훨씬 소용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10명 가까운 시장이 바뀌도록 조직에서 방출되지 않은 채 40년이 넘도록 공직에서 의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예외는 있겠지만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가식적으로 보일 만큼 겸손함이 넘친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지 오랜 공직생활 과정에서 몸에 밴 형식적인 겸손함이라 할지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일은 없다. 물론 교언영색의 귀재라서 얼굴에는 미소를 띠지만 속으로는 상대를 복속시킬 음험한 방법을 헤아리고 있는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아무튼 나의 의뢰인은 웃음이 많고 욕심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다. 설사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서 내면에는 나름의 욕망들이 들끓고 있다 해도 그것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는 거다. 일단은 A4용지 150여 장 분량의 초고를 넘겨주었다. 꼼꼼하게 살펴본 후 10월 초에 만나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나 넣고 뺄 부분에 대해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일단 큰 언덕 하나는 넘은 셈이다. 이제 기호일보 금요논단 원고 마감에 집중하면 된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바람이 너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