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문화포럼이 있었지만 가질 못했다. 장례식장에도 들러야 했고, 영종도에서 나를 보기 위해 일부러 건너온 권이 형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평생 철도 노동자로 살아오다 몇 년 전 정년퇴직을 한 형은 참 부지런히 읽고 쓰는 분이다. 동료 문우들의 글을 아마 권이 형만큼이나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읽어 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부지런함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나는 권이 형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래서 형이 연락을 해오면 컨디션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만나게 된다. 형은 영종을 나오면서 후배 병걸이에게도 연락을 했던 모양인지 갈매기에 도착하니 형은 이미 와 계셨고 잠시 후 병걸이가 합류했다. 셋이서 막걸리 다섯 병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걸리 다섯 병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량이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후배가 보낸 케이크가 배달되어 식탁에 놓여 있었고 어머니는 소파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셨다. 11시 이전, 멀쩡하게 귀가할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는 행동이다. 나도 이런 밤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밤이다. 비가 오려는지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물기가 가득한 느낌이다.
그나저나 월요 멤버 조구 형도 나를 보러오셨는데, 권이 형과 병걸이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는 홀로 술을 마시다가 일찍 자리를 뜨셨다. 낯을 무척 가리는 형은 합석하기가 어색했던 것이다. 그게 영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딸들이 차를 가지고 와 모시고 들어가서 그나마 다행이다. 고마운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