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갈매기 월요 멤버 완전체로 조우하다

달빛사랑 2019. 8. 19. 23:30

오늘 실로 오랜만에 갈매기 월요 멤버들이 완전체로 조우했다. 사장인 종우 형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볼일이 있어 일찍 집을 나왔던 나는 여느 월요일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갈매기에 들렀던 것인데, 우연찮게 그 시간에 혁재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막걸리 한 잔 하고 삼산동을 가기 위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이라고 했다. 혁재는 달포 전부터 병중인 지인을 대신해 그의 술집을 운영해 주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매기 형의 연락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 조구 형이 도착했다. 얼추 두어 달 만에 세 명이 한 자리에서 모인 것이다. 술이야 늘 마시는 것이고 술집은 허다하게 있지만 내가 굳이 갈매기를 찾는 이유는 안주가 일품이어서도 아니고 술값이 저렴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곳에 가면 약속하지 않아도 조구 형이나 혁재처럼 맘에 맞는 술 동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주림(酒林)의 동지들을 만났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오늘 혁재는 삼산동엘 가지 않고 갈매기에서 나와 술을 마셨다. 9시쯤 되어 조구 형은 먼저 귀가하셨고 혁재와 나는 막걸리 두어 병을 더 마셨다. 오랜만에 혁재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도 있었다. 언제 다시 월요 멤버가 완전체로 모이게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우연처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 말이다. 연애하는 사이도 아닌데, 뭐 이리 애틋한 것인지. 의리가 있고, 애인이 있고, 찾는 친구들이 많은 혁재는 나와 헤어진 후 어쩌면 뒤늦게 삼산동엘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늘 그는 이미 적당량의 시간을 내 몫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더 주었다 해도 내가 거부했을 것이다. 넘치면 버겁다. 우정과 사랑조차도. 그러고 보면 나는 무척 이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