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월요 멤버 완전체로 조우하다
오늘 실로 오랜만에 ‘갈매기 월요 멤버’들이 완전체로 조우했다. 사장인 종우 형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볼일이 있어 일찍 집을 나왔던 나는 여느 월요일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갈매기에 들렀던 것인데, 우연찮게 그 시간에 혁재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막걸리 한 잔 하고 삼산동을 가기 위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이라고 했다. 혁재는 달포 전부터 병중인 지인을 대신해 그의 술집을 운영해 주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매기 형’의 연락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 조구 형이 도착했다. 얼추 두어 달 만에 세 명이 한 자리에서 모인 것이다. 술이야 늘 마시는 것이고 술집은 허다하게 있지만 내가 굳이 갈매기를 찾는 이유는 안주가 일품이어서도 아니고 술값이 저렴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곳에 가면 약속하지 않아도 조구 형이나 혁재처럼 맘에 맞는 술 동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주림(酒林)의 동지들을 만났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오늘 혁재는 삼산동엘 가지 않고 갈매기에서 나와 술을 마셨다. 9시쯤 되어 조구 형은 먼저 귀가하셨고 혁재와 나는 막걸리 두어 병을 더 마셨다. 오랜만에 혁재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도 있었다. 언제 다시 월요 멤버가 완전체로 모이게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우연처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 말이다. 연애하는 사이도 아닌데, 뭐 이리 애틋한 것인지. 의리가 있고, 애인이 있고, 찾는 친구들이 많은 혁재는 나와 헤어진 후 어쩌면 뒤늦게 삼산동엘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늘 그는 이미 적당량의 시간을 내 몫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더 주었다 해도 내가 거부했을 것이다. 넘치면 버겁다. 우정과 사랑조차도. 그러고 보면 나는 무척 이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