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번역된 내 시를 만나다
내 시의 중국어 번역본을 후배로부터 받았다. 번역한 이는 중국어로 낭송한 음성 파일도 함께 보냈다. 타국의 언어로 낭송되는 내 시를 듣게 되니, 내 시임에도 불구하고 낯설면서도 묘한 감흥이 느껴졌다. 다만 번역한 이가 보내온 의견을 보니 나의 시 ‘너무 늦은 연서’를 ‘너무 늦게 온 연서’로 이해한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번역을 했다면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접근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한 제목의 의미는 (내 쪽에서 상대에게) ‘너무 늦게 보낸 연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 오역(이라기보다는 다른 측면으로 접근한 것일 게다. 우리말 문장만으로 보면 두 가지로 다 해석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너무 늦게 온 연서'로 해석될 개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을 한 것인지, 아니면 해석은 나와 같은 의미로 했으나 의견(번역 과정에 대한 설명)을 보내는 과정에서 단순히 제목을 잘못 표기한 것인지, 혹은 제목을 그렇듯 다른 의미로 이해해도 시 전체적인 의미의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지 등등 내가 중국어를 모르니 알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해 준 후배 진현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자신도 무척 바쁠 텐데……. 게다가 얼마 전 손까지 다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닐 텐데 선배를 위해서 이렇듯 마음을 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제 나도 두 개의 언어로 표현된 시를 가진 시인이 되었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姗姗来迟的情书
文桂奉
那时候在我心中
也存活着数道光。
我先背道而驰的光,
被我漠然置之的光,
更有因无法承受
独自离我而去的光。
失去的和被遗忘的光,
在离去的光之间
我时常都感到眩晕
然而,尽管如此
彼时至今的时光
未曾离开过我一次
与我一同发光的
难能可贵而值得感恩的光。
就算是模糊了的思念
也只愿长相厮守,
终究不可遗失的
更不能遗忘的光
亦或是债,是你!
译注:韩国语中的“光(빛)”和“债(빚)”是谐音字,虽然韵尾有所不同,发音却一模一样。
前兆
―新浦洞布鲁斯
文桂奉
在很久很久以后,待你我之间的千言万语酥了又酥,仿佛干枯的落叶般易碎时,我们能否暂时怀念彼此?当向往着你却未能及的千言万语被咽回,有些已断念成灰,积落在书桌上、在书页的缝隙中、在我的足背上,有些像纹身一般在胸口留下疤痕,那一时刻,在对于我自己或对于你,只有满怀歉意的时间里,我又将空虚地徘徊何处?时至近来,我常常迷失通往你的路径。
译注:
新浦洞:位于仁川市中区的地名,是仁川在近代初期开埠以后形成的商业中心。
布鲁斯(Blues):蓝调,又音译为布鲁斯,是一种基于五声音阶的声乐和乐器音乐。它的另一个特点是其特殊的和声。蓝调起源于过去美国黑人奴隶的灵魂乐、赞美歌、劳动歌曲、叫喊和圣歌。蓝调中使用的“蓝调之音”和启应的演唱方式都显示了它的西方来源。
11月
文桂奉
11月的一天冉冉如过客,每当这天阴沉着脸离去时,秋天那不堪离别的哭声四起。失去叶子的树木,那干燥的树皮上,安抚般的风吹过。并非所有记忆都是美好的,而那些美好的东西却会成为记忆。或许秋天也拥有着美好,理所当然需要去铭记。在与每一份离别相遇时,为了表情最为泰然自若,此刻的秋天陷入了沉思。在我生命中的另一边,也正是奔波忙碌离别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