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까짓 한파쯤이야 우습지

달빛사랑 2018. 12. 9. 22:16

전국이 꽁꽁 얼었다. 영하14. 이런 추세가 며칠 더 지속되면 한파에 의한 피해가 속출할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보일러가 얼어서 며칠 동안 고생했던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올 여름에는 냉장고가 고장 나서 일주일 간 고생했는데 그러고 보면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삶이란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그 옛날 냉장고가 없고, 보일러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삶의 아치를 만들어 내며 잘들 살았다. 물론 그 시대라고 어려움이 없을 리는 만무하지만 현대인들처럼 이렇듯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를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회를 다녀오셨다. 조그만 체구가 겨울 외투에 둘러싸여 더 작아 보였다. 하나님을 만나러가는 길이라서 추위도 낙상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는데, 나는 그러한 신앙이 플라시보적인 것이라 해도 기꺼운 마음으로 인정하고 싶다. 아무튼 겨울은 겨울다워야 겨울이다. 몇 차례의 한파가 더 이곳을 찾겠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도 절약이겠지만 겨울에 집에 들어왔을 때 썰렁하면 서러운 법이다. 돈은 없어도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나고 싶다. 적어도 냉방과 난방에는 별로 돈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써대는 것도 아닌데, 노모를 모시고 사는 늙은 홀아비가 그럴 때 돈을 안 쓰고 언제 쓸 것인가.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어머님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통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