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0월 앞에서

달빛사랑 2018. 10. 1. 05:54

9월이 막 저무는, 아직 내일이거나 이미 오늘인 뫼비우스의 시간을 걷고 또 걸어와 10월의 새벽을 홀로 맞고 있어요. 창밖에는 시나브로 아침이 다가오고 서너 시간째 음악은 저 홀로 리듬을 풀어내며 물처럼 흐르고 있어요. 자정마다 드리는 어머니의 기도가 10월에는 이루어질까요. 아버지는 여전히 이슬 젖은 묘석에 걸터앉아 우리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까요. 죽어서도 쉽게 기억되지 않는 가엾은 아버지. 이 새벽의 안녕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할까요. 시를 잃어버리고도 여름 내내 나는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낡은 스탠드는 늘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빛을 흘렸고 나는 그 빛의 영역 안에서 안녕했으니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어머니도 다행히 비감해 하지 않습니다. 여름과의 담판 끝에 제 몫의 시간을 얻어낸 가을은 낯선 바람을 앞세우고 위의를 뽐냅니다. 나는 몇 번인가 금연과 금주를 다짐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탱자나무나 며느리밑씻개 등속의 풀들을 심어놓고도 나는 천연덕스럽게 매 끼니마다 안온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예상치 못하게 만나 낯선 취기처럼 늘 변명거리를 가지고 있었지요.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지난 계절은(을) 더 이상 나를(는) 연민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새로운 시간, 10월 앞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