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하우스" 사진자료집 교정을 보다
남구 숭의동 381번지 일대인 옐로하우스가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된 것은 내가 태어날 때쯤인 1962년경 일이었다. 다른 곳과의 구별을 위해 미군들이 남기고 간 노란색 페인트를 일괄적으로 칠하면서 이후 ‘옐로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이외에도 다른 속설들이 서너 가지가 더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은 수백 명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 개발과 지속적인 단속 때문에 상당수의 업소와 성매매 여성들이 이곳을 떠나 현재는 17곳의 업소와 70여 명의 여성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이 앞을 서너 번 지나다닌 경험이 있는데 그때 진한 화장을 하고 한복을 입은 채 유리방 안에 있던 그 ‘누나’들이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무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참으로 복잡한 느낌이었다.
오늘 내가 아는 사진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 자료집이자 사진집인 『옐로하우스 보다, 듣다, 담다』 교정을 보게 되었는데, 아 정말이지 너무도 슬프고 혹독한 시간이었다.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준 서너 명의 여성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보고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작 돈을 번 것은 업주나 포주 그리고 그들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돈을 착취해 간 숱한 파렴치한 인간들뿐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그토록 모질고 잔인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그들이 한때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성매매를 하던 옐로우하우스는 철거가 되고 그 자리에 공원이 생길 모양인데,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은 “이제 여기마저 헐리면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늙어서 그렇다치더라도 젊은 동생들은 분명 어딘가 다시 몸을 팔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될 텐데 걱정이야.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야.”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단속만이 능사도 아니고, 지금까지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개발을 해봐야 건물주나 땅 주인 등 지역 유지들만 돈 벌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건물주나 포주들은 이미 성매매 여성들을 매개로 수억 원을 착취한 기생충 같은 인간들인데, 이제 관이 나서서 그들의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를 명확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약자의 편에서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 그것이 그 사회의 수준이고 품위이다. 내가 사는 인천이 제발 품위를 갖춘 도시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