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시 7월 앞에서
달빛사랑
2018. 7. 1. 14:00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 ‘청포도’ 전문
◆◆◆
시인에게 붙여진 ‘저항시인’이란 닉네임 떼고,
일제치하라는 사회문화적 현실과 조건들을 배제하고
시어들의 표면적 의미에만 주목한다면
이 얼마나 목가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운 시인가.
다시 7월을 시작하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후기자본주의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이렇듯 목가적인 7월의 정경들이 펼쳐지길 바란다면
너무나 야무진 바람일 것인가.
다시 7월, 폭염의 기세가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