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숨가빴던 하루-공주까지 문상을 다녀오다
오후에 삼성전자 물류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냉장고를 내일 설치해 주겠다는 것이다. 순간 감동해서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냉장고 없는 5일 간의 시간은 고통과 조바심 그 자체였다. 우여곡절 끝에 구매한 냉장고였지만 판매자가 올린 글에 의하면 다음 주부터나 배송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주문한 지 이틀 만에 설치하러 온다니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마음을 비우니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또 살면서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 대학시절 문학회 동료의 부친 부고를 받았다. 빈소는 공주의료원 장례식장. 시간을 보니 세 시가 조금 넘었는데, 거리를 검색해 보니 세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가방에 조문 용 옷가지를 챙겨 무작정 터미널로 나갔다. 다행히 4시 20분 인천발 공주행 고속버스가 있었다. 버스는 두 시간 조금 더 걸린 6시 30분, 공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10여 분 간 달려서 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6시 45분. 상주인 친구를 만나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한 후, 7시15분쯤 나와서 다시 터미널에 도착, 막차인 7시 40분 차를 타고 인천에 돌아왔을 때, 시간은 9시30분. 갈 때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 셈이다. 정말 전광석화 같은 조문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공주는 어머니의 고향인데, 어언 30여 년 만에 공주를 다녀온 것인데 정작 공주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