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래 전 선배를 만나다, 원더풀 데이!

달빛사랑 2018. 4. 19. 23:00

인발련으로 최종 교정 원고를 발송하고 난 후,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 허전한 마음이 들어 주점 갈매기에 들렀다.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해가 남아 있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낮술의 시간) 어김없이 나타난 조구 형과 그 동안 밀린 수다를 떠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한 나라의 정치상황이 무척이나 가파른데, 나는 태연하게 선배와 낮술을 마신다는 것이 약간은 죄스러웠지만, 요 며칠 상당한 강도의 하드 캐리를 경험했으니 내 몸과 마음도 뭔가 자유로운 일탈의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매기 화장실에서 우연하게(어언 20여 년 만에 만났다) 옛날 함께 시민운동단체에서 활동했던 이용수 선배를 만났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 처음에는 못 알아봤는데, “, 계봉이 아니니?”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선배의 얼굴을 보자 예전 얼굴이 떠올랐다. 홀로 들어와 밝은 불빛 아래서 자세히 보니 머리만 하얗게 세었을 뿐이지 얼굴은 주름도 없는, 옛날 그대로였다. 환한 얼굴, 유쾌한 표정, 큰 목소리는 여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30만 원이라는 거액을 술값으로 선결제 해주었다. 안영근 형이 선 결제 해준 술값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시점 참 절묘하다. 이쯤 되면 형을 만난 게 반가운 건지 술값이 두둑하게 확보되어 반가운 건지 참 애매해진다. 아무튼 오늘은 여러 모로 원더풀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