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갈매기에서 모이다

달빛사랑 2017. 12. 24. 23:30

하루 종일 쉬면서 어머니의 세 끼 저녁을 차려드렸다. 어머니는 아들 덕분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어 보네.” 하시며 매우 흡족해 하셨다. 없는 반찬이지만 식탁에 아들과 단둘이 앉아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매우 즐거우셨던 모양이다. 앞으로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저녁을 먹고 주점 갈매기를 다녀왔다. 항상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면 혼자 사는 갈 곳 없는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 올해는 사장인 종우 형이 내 시집이 나왔다는 말을 문자로 보내놔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서너 명에게 사인을 한 시집을 나눠주고 일행들과 왁자지껄 수다를 나눈 후 2차로 근처 꿀주막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나는 집에 홀로 계신 어머님이 생각나서 양해를 구하고 일찍 들어왔다. 아마도 일행들은 내일 새벽까지 술판을 이어갈 게 틀림없다. 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조구 형이 주머니 속에서 시집 값이라며 봉투를 하나 꺼내주었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5만 원이 들어있었다. 고맙고도 미안하고, 참 조구 형다운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늘 후배들을 소리 없이 챙기시는 고마운 형님. 나도 형처럼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갔으면 좋겠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돌아오는 길, 이를 덜덜덜 떨며 왔다.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이 땅의 모든 소외된 이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