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벽에 잠이 깨어

달빛사랑 2017. 10. 5. 06:14

새벽, 나의 시집 해설을 쓰고 있는 김응교 선배의 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에 잠이 깼다. 선배 역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나를 위해 해설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마운 일이다. 잠이 들었다 깨었기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 벌써 아침6시. 하지만 이 새벽은 나에게 뭔가 행복한 일을 가져다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쁘지 않다.(새벽6시14분)


화초들이 걱정되어 사무실에 나왔는데, 예상대로 소국(小菊)들이 목이 말라 축 늘어져 있더군요. 여린 생명들을 방치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습니다. 뿌리가 깊은 파키라와 생명력 강한 접란들의 줄기와 잎들도, 갈증을 느끼는 동류(同類)가 안쓰러웠는지 일제히 소국 쪽을 향하여 손을 내밀 듯 기울어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얘들아, 힘내라. 형님이 돌아왔다.”(오후12시 30분)


오후가 되면서 날이 흐려집니다. 고속도로는 귀경객과 귀성객들로 주차장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본디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돌아가고 있는 시간, 손자를 떠나보낸 울 어머니도 혼자서 빈 집을 지키고 있겠지요. 회자정리의 시간은 언제나 우리를 쓸쓸하게 합니다. 그러나 돌아갈 곳과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지요. 나는 집이 있고, 그 곳에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도 계시고, 나의 서재와 책상과 읽지 않은 책들과 괜찮은 필기도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부자인가요? 번잡했던 명절이 조용히 저물고 있는 흐린 저녁, 내 삶을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늘 지금처럼 너무 부족하지도 않고 너무 넘치지도 않는, 그저 가난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나는 분명 행복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