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장마인가 또 비가 내리네
달빛사랑
2017. 8. 19. 22:00
가을장마인가, 비가 잦습니다. 계절이 낯설어요. 비가 내리지 않아야만 산을 갈 수 있고 산에 가야만 죽은 세포들을 하나씩 둘씩 살려낼 수 있는 병중(病中)의 후배는 빗물의 ㅂ(비읍)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더군요. 편백나무 숲을 거닐며 사색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치료해 온 후배는 오늘도 상심하고 있을 거예요. 후배의 원망은 하늘에 접수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주말, 나는 낮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밥 때가 되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주방에 들어갈 때마다 거실에 있던 어머니의 시선도 주방 쪽으로 따라와 오래 머물곤 했지요. 뭔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게 있게 되기를 바라는 눈치였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에게 이것저것 묻거나 부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오이 좀 채 썰어주세요.”라든가, “겨자가루 어디에 있어요?” 등등의 요청이나 질문을 하면 어머니는 환한 얼굴이 되어 주방으로 오셔서 나의 ‘민원’을 해결해 주곤 했지요. 앞으로도 어머니께 자주 ‘하얀 고생스러움’을 요구해야겠어요. 가을비 가을가을 내리던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