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람은 어디로부터 불어온 것일까
아침나절, 집을 나설 때 강한 돌풍이 불었다. 지난 달 제주 송학산에서 만난 바람만큼이나 거센 바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위(四位)가 어두워지더니 11시쯤 되어서는 비가 내렸다. 세월 호 3주년이 다가오면서 하늘도 비통해서 그리 격동했던 것인가. 한바탕 난장을 치던 바람은 오후 들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사라지고 지금은 간간히 햇살도 구름 사이로 비치고 있다.
그리고... 원고료가 입금되었다. 지난 번 제주 여행 때 라이터를 선물로 주었고, 엘르 백팩을 사주었던 혁재가 생각나서 갈매기로 불러냈다. 오랜만에 돈이 있을 때만 먹는 안주인 민어회를 주문했다. 쌀 20킬로짜리 한 가마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술 마시기 꺼려지는 금액이지만 나는 기꺼이 술을 마셨다. 옛날,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에는 모든 술값을 계산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모든 술값을 모았다면 지금쯤 부자가 되어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니 후회를 한들 소용없는 일이잖은가. 소용없는 일을 다시 반추해봐야 남는 것은 회한밖에 더 있겠는가. 그때는 그냥 그런 것이다.
우리의 술자리가 정리될 때쯤 연극하는 후배들과 문화판 선후배들이 대거 갈매기로 몰려들어 왔다. 갈매기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오붓하게 술마시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혼자 찾아가도 늘 지인을 만날 수 있어 청승맞게 홀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대체로 갈매기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백 프로 판이 커지곤 한다. 간만에 그곳에서 안부를 나눌 수 있어 반갑기도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된다는 것이 쥐약이다. 시립극단 배우 성숙이와 아토극단 대표 화정이도 갈매기가 아니었다면 쉽게 볼 수 없는 후배들인데, 그곳에서 우연하게 만날 수 있었다. 횡설수설 블라블라블라..... 피곤해서 나는 일찍 자리에서 나왔다. 내가 없는 자리는 후배 오혁재가 분위기를 책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