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있는 감독과 명민한 여배우, 사랑에 빠지다
홍상수,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다만 그의 영화 속 남자들의 이미지는 늘 지질하고 비겁하고 속물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아마도 감독 자신의 경험이 투사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영화가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은 리얼리티로 관객들에게 냉소적으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끔 불편하기도 했고……. 하지만 여하튼 그의 감독으로서의 자질과 그가 만든 영화의 작품성은 국내외 평론가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도 이미 검증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런 그가 김민희라고 하는 젊디젊은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만든 영화 속 스토리를 현실에서 재현하듯.
나는 김민희라는 여배우를 무척 좋아한다. 오랜 전 CF 속에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외칠 때부터였으니 내 팬심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동양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관객들을 흡입하는,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이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뻘인 홍 감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한 명의 팬으로서 묘한 배반감과 정서적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에 어찌 '적절한 관계'들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적절함과 부적절함의 기준도 자의적이고 모호할뿐더러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심심하고 멋없을 것인가.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사랑을 열렬히 지지하며 사랑의 찬가를 불러주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성인 남녀의 사랑에 대해 지나치게 가십거리 혹은 재판관의 마인드로 접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들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책임지면 될 일이다. 홍 감독의 아내는 “여전히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또 반드시 돌아올 것을 믿는다.”면서 “결코 이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사랑이 다시 복원될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부질없는 욕심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사족 하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터져나오는 연예계의 빅뉴스들과 때를 만난 듯 선정적인 태도로 그 소식들을 물고 뜯는 채널A, TV조선 등 종편들을 보면서, 우리가 이러한 (남의) 소식들에 눈과 귀를 빼앗기고 있는 이면(裏面)에서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진짜 ‘우리들의 삶과 관련된 소식’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하는 사실, 그것이 무엇보다 나는 걱정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