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몰아치는 청첩장을 받아 들고서 (6-29-일, 아침에 비, 맑음)

달빛사랑 2025. 6. 29. 22:54

 

일주일에 한두 통씩 청첩이 온다. 확실히 몇 년 전부터는 부모님 상을 전하는 부고보다 자녀들의 결혼식 청첩이 훨씬 많다. 이제 내 또래들이 그럴 (할아버지가 될) 나이가 된 것이다. 내 아들도 32살, 결혼 적령기인데 교제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32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대체로 결혼을 30대 중반쯤에 하는 추세니 아직은 노총각 소리를 듣지는 않는 모양이다.

요즘처럼 많은 청첩을 받다 보면 자식을 결혼시키는 친구들이 무척 부럽다. 직접 식장에 가서 친구 자녀들이 버진로드를 함께 걸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부러움이나 질투만도 아닌, 정말 묘한 감정이다. 아내 없이 자식을 결혼시키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아이에게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춘기 시절 아이와 가슴을 열고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련의 상황들을 진정성 있게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 아이와 아비 사이의 벽이 점점 견고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경제적으로는 해준 것도 없고, 앞으로 해줄 것도 없는, 부족한 아비지만, 그래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들은 이런 마음을 알까? 사실 아들은 내게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나도 아들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연락하지 않는다. 상대가 싫은 건 아닌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표현해 본 적이 없으니 어색할 수밖에. 그래도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훨씬 많은 지금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예전보다는 담담하게 아들의 마음을 수용할 수 있을 듯하다. 나도 아들도 과거보다는 깊어졌을 거리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