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고마워요, 모두 다! (6-16-월, 흐리고 소낙비)

달빛사랑 2025. 6. 16. 23:45

 

셀로판지를 덧댄 것처럼 아침부터 하늘은 극적으로 흐려 있었다. 출근할 때까지는 비는 없었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더욱 어두컴컴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날만 잔뜩 흐리고 비는 안 오네요.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는데’라며 혼잣말할 때, 마치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비 내리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강해 보이는 굵은 소낙비였다. 내 눈높이보다 높은 북쪽 창문으로는 하늘의 표정만 읽을 수 있을 뿐 거리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복도로 나가 창가에 서니, 우산 쓴 행인들이 마치 물 위를 떠가는 동그란 동심원들 같았다. 잠시 세상은 빗속에서 흐릿했고 비를 품고 있던 하늘은 묵시의 표정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아름다워 보였다.

 

요 며칠 불면에 시달린 탓에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거리를 걷고 사물을 보았다.

퇴근 무렵에는 날이 갰다.

집에 돌아와 곰탕국물에 순두부를 넣어 먹고

유튜브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침대에 누우면 이내 잠들 것 같다. 

잠자리에 드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단 1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단 1분 간이지만

지구가 웃는 그 시간 동안 아마도 나는 가장 크게 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