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거나 놓았거나, 아쉬운 날들 (5-30-금, 맑음)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세먼지 상태와 날씨를 확인한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려면 미세먼지 확인은 필수다.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었고 날씨는 맑았다. 사전 투표는 오늘도 이어졌다. 투표율은 어제와는 달리 낮게 나왔다. 지난 대선 때보다도 2% 정도 낮다고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의 높은 투표율에 고무되어 (혹은 실망하여) 그것이 최종 결과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혹은 부정적 영향) 파장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강부회하던 유튜버들은 오늘도 한결같이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저마다 내놓았다. 대표적인 해석(합리화)의 기조(유형)는 '그럴 수도 있다'와 '그것 봐라'였다.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 말의 오염과 사람들의 사나워진 심성이 뿜어내는 온갖 저주들이 임계치를 넘고 있다.
선거가 후반으로 갈수록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낭설은 횡행하고, 일부 극우세력들이 작업하는 '댓글 공작'과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모의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추악하다. 도대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특히 윤통 3년은 나에게 너무도 극악한 시간이었다. 그 3년 사이에 국론은 분열되고, 경기는 바닥을 치고, 한반도 평화는 위태로워졌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망가뜨린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안보, 환경 등의 사회적 시스템 모두를 합친 것보다 윤통 3년 동안 망가진 게 훨씬 더 많고 치명적이다. 어쩌다 우리는 악마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일까.
지나간 세월 속에서 놓친 것들만 자꾸 탓해봐야 뭣 하겠는가? 그 세월 속에는 분명 스스로 놓아버린 것도 있을 것이다. 놓친 것도 놓아버린 것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놓아버렸다는 건 의지의 선택이다. 그러한 선택의 뿌듯함, 다시 말해 의지에 의한 승리감이 아마도 한동안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믿음만 있을 뿐. 가끔은 기억의 망실이 황폐해진 우리의 영혼을 정화해 준다. 그리하여 나는 기억나지 않더라도, 설사 기억과 다르더라도, 분명 그랬을 거라 믿으며 모진 세월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