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날, 사무실 일기 (4-21-월, 맑음)

달빛사랑 2025. 4. 21. 23:18

 

오전 9시쯤의 내 생각입니다. 아마 두서없을 겁니다.

자, 지금부터 나는 추억여행을 할 겁니다. 당연히 여행은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되겠지요. 일단 마음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갈까요? 첫사랑 영주가 있던 시간으로 갈까요? 그런데 잠깐, 나는 분명 사랑을 해봤는데, 왜 사랑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 걸까요? 사랑의 감정은 나한테만 이렇게 휘발성 있는 걸까요? 영주는 나에게 자주 숙제를 부탁했고, 나는 내 숙제보다 그녀의 숙제에 더 정성을 기울였어요. 그녀가 “고마워”하며 살짝 웃으면 세상의 색과 공기가 달라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첫 입맞춤은 그녀와 한 게 아니었지요. 사랑은 참 안아보기 쉽지 않은 극성스러운 강아지 같아요. 나의 타임머신은 영주가 나의 첫사랑이었던 때로 가진 않을 겁니다. 그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어두고 싶거든요.

 

오전 10시 30분쯤 내 생각. 여전히 두서없을 겁니다.

보운 형이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일흔을 바라보는 양반의 두 볼을 꼬집을 뻔했다니까요. 그러니까 50년도 더 된 사진을 본 것이지요. 나에게도 어린 시절 찍은 사진이 참 많았었는데, 여러 번 이사를 다니다 보니 사진은 물론 엄마의 보물인 금반지들도 사라져 버렸지요. 엄마는 금반지를 가져간 건 중국집 배달부가 틀림없다고 생각하셨지요.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 배달부 2명이 갑자기 나타나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와준다고 설쳤거든요. 그리고 아파트 이웃들에게 배달부들이 일을 도와준다고 나타난 후, 귀중품이 사라진 경우가 있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물론 증거는 없고 심증만 있을 뿐입니다. 아무튼 다시 사진 얘기를 해보자면, 나의 초등학교 시절 사진은 운동회 때 찍은 가족사진이 전부입니다. 그 사진은 확대 출력하여 동생과 내가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누나를 좋아하던 더벅머리 총각이 뒤뜰에서 참 많이도 찍어줬는데, 그 많던 사진이 어느 순간 사라진 거지요. 아, 그리고 또! 내가 받은 수십 장의 상장들, 친척들이 오면 아버지가 꺼내 자랑하던 그 두툼했던 상장 파일첩도 사라졌어요. 정말 아쉽습니다. 


저녁에는 후배와 술자리가 있었어요. 그간 교육청 적극 행정 위원으로서 수년간 열심히 일한 친구인데, 임기를 마칠 때 청 측에서 아무 인사도 사례도 하지 않았던지 만나는 사람마다 서운함을 토로하고 다녔나 봐요. 그래서 다독여 주려고 잡은 약속입니다. 가끔은 불편하고 귀찮은 만남도 할 수밖에 없는 게 사회생활입니다. 나와 보운 형 외에도 외부 위원들을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비서실장이라서 실장도 참석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랜만에 원없이 고기를 먹었습니다. 고깃집에서 비서실장은 막걸리 2병, 나와 보운 형, 후배는 소주 4병을 나눠마셨습니다. 그곳을 나와서는 근처 맥줏집에서 생맥주 2잔씩 먹고 헤어졌으니, 평소 주량에 비해서는 약소하게 먹은 셈이지요. 모두 내일 일정이 있었거든요. 후배의 기분은 당연히 풀렸고, 우리도 맘 편하게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집 근처 슈퍼 앞을 지나쳤지만,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