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득 엄마 생각, '야훼이레' (2-18-화, 맑음)

달빛사랑 2025. 2. 18. 23:25

 

 

쉰 살 전후, 너무도 힘들게 몇 개의 고비를 넘었다. 모멸과 위악의 시간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혼자 힘으로 넘은 건 아니다. 운(運)과 우연, 타인의 도움이 컸다. 희한하게 종종 좋은 운이 나의 노력과 무관하게 내게 왔다. 그때마다 나는 그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했다. 이를테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야훼 이레’, 즉, ‘하나님께서 미리 알고 예비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희미했던 믿음의 불이 잠깐 환해졌다. 그럴 때는 내가 사랑하던 주변 사람들조차 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자(使者)들로 보였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여전히 믿고 있지만, 이후로도 여러 번 나는 예의 그 ‘야훼이레’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고마운 일이지만 왜 나 같은 사람에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보다 훨씬 성실한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엄마에게 그 말을 했더니, 엄마는 그분의 깊은 뜻을 인간의 지혜로 어찌 측량할 수 있겠느냐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식탁에 마주 앉아 엄마와 그런 대화를 나눌 때면 거칠었던 마음이 온화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속으로 ‘엄마에게 온화해진 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웃으셨다. 그리운 식탁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