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제 비로소 가을 속으로 (9-22-일, 맑음)

달빛사랑 2024. 9. 22. 20:32

 

바람도 좋구나. 오늘 하루! 불과 사나흘 차이로 이렇듯 계절의 숨결이 선명하게 바뀌다니, 시간은 얼마나 믿음직한 자연의 분장사인가. 이제는 머잖아 청한 가을 햇살이 온 산천을 비출 때마다 붉고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출렁이겠네. 일요일이지만 연휴 뒤의 휴일이라 일요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비 내린 후 청명해진 가을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힘든 여름을 견딘 나에게 주는 가을의 보너스. 좋다.

 

저녁에 누나들이 왔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더니 김치찌개를 끓이고 샐러드를 만들고 감자채볶음을 만들어 식사했다. 나는 그녀들이 오기 전에 이미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잠자러 들어간 후 9시쯤 땅콩버터를 바른 식빵 두 장과 사과 두 쪽,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것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사실 이것도 먹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당장은 배고프지만 조금만 참으면 아침까지 견딜 수 있다. 이번 정기 검진에서는 아마도 모든 수치가 나쁘게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