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결혼식에 참석하다 (9-7-토, 맑음)

달빛사랑 2024. 9. 7. 22:42

 

화가이자 마을활동가인 후배 이진우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식장은 지하철 2호선 문래역 근처 ‘규수당’. 축의금만 보내려고 하다가 문래역이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그냥 다녀왔다. 전철도 때맞춰 플랫폼에 들어가자마자 도착했다. 심지어 용산행 급행도 3분 정도 기다렸다가 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집에서 규수당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 빠른 편이었다.

 

예식 시간보다 20여 분 일찍 도착해서 혼주인 후배 내외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혼자 갔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예식은 보지 않고 곧장 식당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미술위원회 정렬 형과 후배 평안, 영옥 등을 만나 함께 식사했다. 평안과 영옥은 약속 있어 먼저 가고 강화의 허용철 형이 늦게 도착해 형이 식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예식장을 나왔다. 문래역까지 걸어와 용철 형은 서울에 있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남고, 나와 정렬 형은 같이 전철 타고 내려오다 부평역에서 헤어졌다.

 

가을 날씨치곤 너무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다. 주안역에서 인천 2호선으로 갈아탄 후 집에 오고 있을 때 큰누나가 전화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 혼자 있기 불안하다며 우리 집에 오겠다는 전화였다. 나는 개의치 말고 오라고 했다. 만수역 앞 단골 미용실 앞을 지나다가 손님이 없는 걸 보고 바로 들어가 이발했다. 다른 때보다 많이 다듬었다. 대체로 날이 더울 때 많이 다듬고 날이 선선해지면 조금 다듬는다. 아무 말 안 했는데도 많이 다듬은 걸 보면 아주머니에게는 계절이 아직 한여름이다.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잠시 쉴 때 다시 큰누나에게 전화 왔다. 우리 집에 오려고 했는데 마침 아들인 민규 내외가 엄마 보러 집에 왔다며 그냥 집에 있을 테니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 누나는 ‘마침’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처음 전화할 때보다 약간 들떠있었다. 아들의 관심만큼 큰 위로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나도 다행이었다.

 

이유 없이 눈이 아팠으나 눈약을 넣었더니 증상이 완화되었다. 사실 이유 없는 통증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이유를 내가 모를 뿐. 어제 잠을 못 자 일찍 잠들 줄 알았는데, 초저녁에만 졸음이 맹렬하게 몰려오다가 밤이 깊어지자 스르르 잠이 달아났다. 초저녁에 잠들면 새벽에 깬다. 질 나쁜 수면의 악순환이다. 숙면을 위해 수면제를 먹을까 고민했지만 참기로 했다. 가을이 오긴 온 것 같은데 여름이 워낙 완강하다 보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생각보다 나는 지금 무척 맑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