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랑은 예기치 않게 불어오는 폭풍 (9-4-수, 맑음)

달빛사랑 2024. 9. 4. 11:40

 

그러나 내가 있는 이곳은

폭풍으로부터 안전지대.

폭풍은 나를 늘 비껴간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조금 슬프고도 우습네.

 

요즘 큰누나가 자주 집에 온다. 다양한 이유를 대지만 결국 아직은 매형 없는 빈집에 혼자 있기가 불편한 거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도 그랬다. 집에 돌아와 엄마의 방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져 무척 힘들었다. 물론 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엄마의 화초가 꽃을 피우거나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때면 느닷없이 엄마가 생각나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서 있곤 한다. 누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슬쩍 내가 “당분간 같이 살래요?”라고 한마디 하면 기다렸다는 듯 그러자고 할 것 같다. 누나가 오는 날은 오랜만에 집밥 같은 집밥을 먹는다. 오늘도 생갈치를 졸이고 콩나물을 무쳐서 함께 저녁 먹었다. “먹을 만해?”하고 연신 묻는 누나를 보면서 생전 엄마를 떠올리기도 했다. 정작 자신은 가시가 많다며 먹지 않고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던 엄마, 오늘 누나가 꼭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 늘 혼자 밥 먹는 데 익숙해져 있어 이렇듯 옆에서 말을 붙이는 누군가와 밥 먹는 게 무척 귀찮지만, 나는 누나를 위해 당분간은 이 귀찮음을 견뎌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