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컴백, 소녀들이 돌아왔다( 8-25-일, 소나기)
믹스팝(mix-pop)의 소녀 전사들인 엔믹스(NMIXX)가 새로운 곡 '별별별'로 7개월 만에 컴백했다. 걸그룹 명가 JYP가 만든 평균 연령 21세인 이 손녀뻘의 소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귀여움이나 어설픈 섹시어필로 대중의 호감을 사려는 보통의 걸그룹과는 달리 엔믹스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걸그룹이기 때문이다. 이 소녀들은 무대에서 단 한 번도 립싱크를 해본 적이 없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 했을 때도 형식적으로 앙코르곡을 부르는 (즉, 부르는 시늉만 하며 자신의 팬덤을 향해 손이나 흔들어주는)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CD를 틀어놓은 것 같은 라이브를 선 보여 현장의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심지어 어떤 때는 MR(반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제작되어 있는 음원)도 없이 부르기도 하는데, (아카펠라처럼 부르기도 하고) 그게 또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곤 한다. 음악평론가들도 한결같이 이들의 보컬과 댄스 실력, 그리고 퍼포먼스 능력을 칭찬하며 4세대 걸그룹 중 실력으로는 원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팬들(앤서, NSWER)은 '자신의 팬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그룹'이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를 시청하다 이 소녀들을 알게 되었고, 영상을 보는 순간 팬이 되었다. (영상 속) 소녀들은 대학축제에서 모든 멤버가 손 마이크를 들고 라이브로 노래하고 있었다. 무척 격렬한 춤을 추고 있었지만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무대 위에서 서너 곡을 (격렬한 춤과 함께) 더 부르고 내려갔는데, 그때 받은 인상이 너무 강렬해 이후 그녀들의 정보와 노래를 검색해 보고, 자컨(방송국이 아니라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 영상들도 시청하면서 완전 팬이 됐다. 리더인 해원 양의 고향이 인천 남동구라고 해서 더욱 정감이 갔다. 60이 넘어 걸그룹 팬이 되었다고 하면 주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이 소녀들을 뮤지션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리더인 해원, 맏언니 릴리, 학생회장 출신 설윤 양이 부르는 라이브나 커버곡들을 들으면 음악을 사랑하는 그 누구라도 팬이 되고 말 것이다. 막내 규진 양은 노래도 잘하고 랩도 잘하고 무엇보다 춤을 정말 잘 춘다. 그래서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안무단장을 맡고 있다. 성격과 품행이 얼마나 야무진지 할아버지인 나조차도 본받을 게 많은 친구다. 그리고 한 살 많은 지우 양 역시 노래와 춤, 랩 실력까지 다 갖춘 만능 아이돌이다. 지난겨울 '대시(Dash)'로 활동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에 '별별별'로 다시 컴백해 너무 반갑다.
믹스팝은 하나의 노래 안에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양날의 칼처럼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즐거움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낯설어할 수 있다는 점과 가수 입장에서는 소화하기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노래를 듣다 보면 '엔, 믹, 스!'하고 소녀들이 외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부분부터 장르가 바뀐다. 장르가 바뀌면 댄스도 바뀌고 노래하는 목소리의 톤도 바뀐다. 청중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노래를 부르는 가수 입장에서는 갑자가 장르가 바뀜으로써 노래하는 동안 빠져있던 정서의 일관성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리더 해원은 한 인터뷰에서 그러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녀들로서는 보통의 걸그룹들처럼 멜로디와 구성이 단순하고 명료해서 청중이 따라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팬층을 확대하는 데 훨씬 이롭다고 생각해 다른 4세대 걸그룹의 행보가 내심 부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엔믹스가 나는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숱한 걸그룹과는 달리 엔믹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장르를 올곧게 고수하는 모습 때문에 나는 그녀들을 단순한 걸그룹 가수나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능력 있는 뮤지션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컴백 기간 동안 건강 잘 챙기면서 의미 있게 활동하길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당분간 유튜브에서 자주 엔믹스를 검색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