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말복 ❚ 인천, 인문의 풍경 전 (8-14-수, 가끔 소나기)

달빛사랑 2024. 8. 14. 23:37

 

말복인 오늘도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다. 체감온도야 말해 뭐 할까. 흐리고 구름 끼고 가끔 소나기 내려 덜 더울까 생각했는데, 웬걸, 물기 머금은 대기가 더욱 습해져서 불쾌지수는 오히려 더욱 높았던 하루였다. 말복도 지났는데, 내일부터는 더위가 한풀 꺾이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집과 직장이 전철역과 가깝고 일하고 싶은 날을 골라 출근하는, 그야말로 탄력근무를 할 수 있어 여름 나기에는 상황이 좋은 편이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다.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각종 차와 주전부리 과자들이 구비돼 있다. 그러니 덥다고 툴툴대서야 되겠는가. 여름에 더운 곳에서 일해야 하고 겨울에 추운 곳에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에 비한다면 나는 정말 신선처럼 일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인천, 인문의 풍경전'을 다녀왔다. 이미 봤던 작품도 있었고 올 들어 새롭게 만나는 작품들도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전시장을 지키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있었기 때문에 호젓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 둘러보고 나올 때 인미협 대표 J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채 막 들어오는 중이었다. J와 다시 전시장으로 들어가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재차 감상했다. 1시쯤 귀청 해서 은준의 전화를 받았다. 날은 흐리고 가끔 빗방울 떨어졌지만 시원하게 내리진 않았다. 덥고 습하고 대기질이 나쁜 말복날이었다.

 

저녁에는 은준과 동네에서 만났다. 조금 일찍 퇴근한 탓에 집에 들어갔다 나오기가 애매해 계획에 없던 이발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15분쯤 남아 편의점에 들러 복권을 샀다. 애초 족발집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편의점 앞에 새로 생긴 한우곱창집에 꽂혀 그곳으로 들어갔다. 창밖에서 본 메뉴판에 '한우곱창  22,000원'이라고 쓰여 있어 들어간 건데, 알고 보니 그건 1인분 가격이었다. 10분 후, 은준이 도착했다. 그곳에서 소주 2병과 곱창 2인분을 먹은 후, 집 앞 '모밀지기'로 이동해 나는 냉모밀, 은준은 판모밀에 고기만두 2판을 주문해 먹었다. 그리고 8시 30분쯤 담백하게 헤어졌다. 대화하고 식사하고 취하지 않은 채로  깔끔하게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